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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지나가도, 마음은 남아있어요 – 감정일기로 나를 들여다보는 연습

by seesemad 2025.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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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감정

 

 

1. 감정은 매일 스쳐가지만, 우리는 좀처럼 들여다보지 않아요

우리는 매일 수많은 감정을 겪습니다. 출근길에 비가 내릴 때 느껴지는 서늘한 기분, 예상치 못한 말에 순간 움츠러드는 마음, 내 편일 거라 믿었던 사람의 말 한마디에 생기는 실망감. 그 감정들은 하나같이 순간적으로 우리 마음을 지나갑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너무 빠르게 흘러가 버리죠. 몸은 반응했지만, 마음은 따라가지 못한 채 그냥 지나쳐 버리는 감정들. 우리는 감정을 느끼는 데는 익숙하지만, 그 감정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를 들여다보는 데는 익숙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제대로 소화되지 못한 감정들은 무의식 속에 쌓여 남습니다. 겉으로는 잊은 듯 살아가지만, 어느 날 별일 아닌 상황에서 울컥하거나, 이유 없이 기운이 빠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짜증을 내게 되는 순간이 찾아오죠. 그럴 때 우리는 "왜 이렇게 예민하지?", "내가 왜 이러지?" 하고 스스로를 탓하지만, 사실은 정리되지 않은 감정이 오랜 시간 마음 한구석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던 겁니다.

감정은 흘려보내는 게 아니라, 들여다봐야 하는 것입니다. 감정을 외면하면 언젠가 그것이 나를 흔들고, 무너뜨리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감정을 글로 옮기는 작업은 단순한 감정 표현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지금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구나’라고 인식하고, 그 감정에 이름을 붙여보는 순간, 우리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첫 걸음을 내딛게 됩니다. 감정일기는 그런 시작점입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던 감정을 조심스럽게 글로 옮기면서, 우리는 조금씩 내 마음의 모양을 알아가기 시작합니다.

감정일기를 쓴다는 건, ‘마음에도 손을 뻗어보는 일’입니다. 잠깐 멈춰서 오늘 하루를 돌아보고, 그 안에서 나를 가장 크게 흔들었던 감정을 붙잡아 보는 일.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조금 더 가볍고 선명한 나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2. 감정일기란, 감정의 이름을 붙여주는 일이에요

감정을 기록한다는 것은, 그날 나를 가장 크게 움직였던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는 작업입니다. 보통 우리는 "기분이 별로였어", "짜증 났어", "속상했어" 정도로 감정을 단순하게 표현하곤 합니다. 그런데 그 이면을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훨씬 더 정교하고 구체적인 마음들이 숨어 있어요. ‘회의 중에 팀장 말투가 너무 냉소적이었어. 내가 괜히 과민한 걸까 싶으면서도, 내 노력을 무시당한 것 같아 속상했어’ 같은 식으로 조금만 더 풀어내면, 감정의 뿌리를 훨씬 더 명확히 볼 수 있게 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 과정을 **감정 라벨링(emotion labeling)**이라고 부릅니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뇌의 감정 처리 시스템인 편도체의 반응이 줄고, 사고를 담당하는 전전두엽이 활성화되어 감정을 안정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된다고 해요. 단어 하나로 감정을 정의하는 힘, 그것이 감정일기의 핵심입니다.

형식에 얽매일 필요는 없어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책상 앞에 앉아야 한다거나, 예쁘게 쓰지 않아도 됩니다. 가장 효과적인 감정일기는 '진짜 내 마음'에 충실한 글입니다. 오늘 하루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을 떠올리고, 그때의 감정을 고르고, 그 감정이 생긴 이유와 그 이후 어떤 생각이나 반응이 있었는지를 써보세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감정을 지금의 나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간단히 정리해보는 겁니다.

이렇게 감정에 천천히 접근해 가다 보면, 나도 몰랐던 감정의 패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감정, 특정한 사람이나 상황에서 유독 강하게 반응하는 내 모습. 그런 감정의 흐름을 이해하게 되면, 나 자신과의 관계가 훨씬 더 안정되고 부드러워집니다. 감정일기는 결국 나에 대해 배워가는 과정이에요. 나를 돌보는 가장 현실적이고 단순한 방법이기도 하죠.

 

3. 감정을 쓰는 것만으로도 달라지는 일들

감정일기를 쓰기 시작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말이 있습니다. “막상 쓰기 시작하니 마음이 조금 정리되더라”는 말. 처음에는 두서없이 ‘기분 나빴다’, ‘힘들다’는 문장들로 시작해도 괜찮아요. 중요한 건 표현하는 행위 그 자체입니다. 종이나 화면에 마음을 풀어놓는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감정을 정리하게 되고, 감정에 끌려가기보다는 감정을 '다루는' 사람이 되어갑니다.

감정을 쓰는 것은 생각보다 강력한 회복의 도구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감정을 글로 쓰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수치가 낮아지고, 우울감이나 불안감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감정이 정리되면, 행동도 달라집니다. 감정을 이해하게 되면, 그것에 끌려가지 않게 되기 때문이죠. 예전에는 같은 상황에서 욱했다면, 이제는 한 박자 쉬어갈 수 있게 됩니다.

게다가 감정일기는 감정과 나 사이의 거리감을 만들어줍니다. 이 거리감은 감정을 억누르거나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나와 분리해서 바라볼 수 있는 힘이에요. "내가 지금 화가 나고 있구나", "이 감정은 억울함이었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한 걸음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 여유가 바로 감정 조절력의 핵심입니다.

이런 내면의 변화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나타납니다. 감정일기를 쓰면서 내 감정을 더 정확히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게 되면, 타인의 감정에도 자연스럽게 민감해집니다. 공감 능력이 생기고, 갈등이 생겼을 때도 내 감정을 먼저 돌아보고 나서 말할 수 있게 되죠. 결국 감정일기는 나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까지 회복시켜주는 아주 현실적인 습관입니다.

 

4. 감정을 쓴다는 건, 나를 돌보겠다는 의지예요

우리는 하루를 되돌아보며 '오늘 무엇을 했는가'는 쉽게 정리하지만, '오늘 나는 어떤 감정을 느꼈는가'는 자주 놓칩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감정은 종종 우선순위에서 밀려나죠.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바로 그 ‘느낀 것’입니다. 감정은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가장 내밀한 부분이고,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나침반이기도 합니다. 감정을 외면한 채 살아가는 일은 결국 나를 소외시키는 일입니다.

감정일기는 그런 나를 다시 나에게로 데려오는 도구입니다. “내가 오늘 이런 기분이었구나.” “그 말이 생각보다 많이 아팠구나.” “괜찮은 척했지만, 사실은 꽤 흔들렸었구나.” 그런 문장들을 하나씩 적어 내려가다 보면, 무심코 지나쳤던 감정의 결이 살아납니다. 감정일기는 감정을 통제하려는 시도가 아닙니다. 감정과 함께 머무는 연습입니다. 그렇게 머물다 보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잡는 힘이 생깁니다.

또한 감정일기는 회복 탄력성을 키워주는 습관입니다. 감정을 자주 들여다보는 사람은 위기의 순간에도 자신을 더 잘 추스릴 수 있어요. 감정에 휘말리지 않고, 필요한 만큼 느끼고 흘려보내는 법을 익히게 됩니다. 감정을 잘 표현한다는 건 곧 감정을 건강하게 다룬다는 뜻이고, 그것은 결국 삶을 조금 더 단단하고 유연하게 만드는 바탕이 됩니다.

하루 5분. 아무도 보지 않는 다이어리에 ‘오늘 좀 서운했어’라고 쓰는 그 시간이, 사실은 하루의 감정 쓰레기를 비우는 시간이 됩니다. 마음이 무거운 날일수록, 한 문장이라도 적어보세요. 특별한 글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문장이 매끄럽지 않아도, 맞춤법이 틀려도 상관없어요. 중요한 건 그 감정이 사라지지 않고 ‘존재했다’는 걸 인정하는 일입니다.

감정을 쓴다는 건 단순히 힘들다는 신호가 아닙니다. 그것은 '내 마음을 더 잘 돌보고 싶다'는 따뜻한 의지입니다. 우리는 감정을 선택할 수 없지만, 감정을 대하는 태도는 선택할 수 있어요. 그 태도를 만드는 가장 단순하고도 깊은 방법, 바로 감정일기입니다. 오늘의 감정은 오늘 안에 정리해보세요. 그 기록이, 조용히 당신의 삶을 지켜주는 작은 등불이 되어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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